Thursday, August 11, 2011

달빛 놀이터



몇살때였을까

밝은 낮에만 존재하는 놀이터가 밤에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날.

무슨 경사스런 날이었던건지

집안까지 펑펑 거리던 폭죽소리에 창밖을 보니 까만 밤하늘에 성대한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부모님께 졸라 겨우겨우 밖으로 나갈수있었다.
황홀했던 불꽃놀이가 끝나고 쳐들었던 고개를 바로하자,



저 멀리 파란 달빛에 비친 놀이터가 보였다.

항상 낮에만 뛰어놀던 그 놀이터 안엔 꼬마녀석들이 웅성이고있었다.

워낙 어둡고 멀어서 형체만 가까스로 보였으나, 체구의 크기만으로 동네친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놀이터에 가까워지면서 피부를 스치는 스산한 바람.

연두색 페인트가 띄엄띄엄 벗겨진 미끄럼틀 기둥의 차가운 냄새
환한 달빛을 반사하는 파란 모래밭.
따가운 햇볕아래 치열한 놀이를 펼치던 그 놀이터가 지금의 이 공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야 누군지 알아보여지는 친구들.


미끄럼틀의 맨 아래에 걸터눕자
별이 보인다.
차가운 모래냄새가 난다.


꽤 여러명이 그곳에 걸터누웠던 기억으로 미루어 우린 무척 조그마했었나보다.

달빛에 취한 우리는 그저그런 수다였음에도 특별한 파티를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소한 이야기 거리로도 그 시간은 하염없이 이어졌다.




짙은 파란빛 놀이터에서 소곤대던 우리 이야기는 저 달에까지도 들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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